장기영 자이엘리베이터 대표
상반기 최대 승부처였던 부산 리모델링 수주 따낸 비결?
“직접 PT하고 현장 중심 전략 마련한 것 통했다”
“자이는 GS건설의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이자 상징입니다. 단순히 로고를 쓰는 차원이 아니라, 저희는 법적으로도 GS건설의 자회사에 준하는 매우 우호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물론 자이 수주 역시 치열하게 경쟁해서 얻어낸 결과입니다. 브랜드만 보고 무조건 되는 게 아니에요. 그만큼 기술력과 신뢰를 갖춰야 하는 일이죠.”
장기영 자이엘리베이터 대표는 브랜드 론칭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LG산전, 오티스, 시그마 등 국내외 굴지의 승강기 기업을 거친 장 대표는 지난 2020년부터 GS엘리베이터의 성장을 이끌고 있으며, 이제는 ‘자이(XI)’라는 프리미엄 건설 브랜드의 상징성과 함께 업계 4강 체제 진입을 꾀하고 있다.
자이엘리베이터의 비전과 기술 전략, 국내외 시장 공략 방안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직접 들어봤다.
최근 건설 경기 침체로 신규 착공이 줄어들고, 대형 건설사들의 발주도 감소한 상황에서 자이엘리베이터는 전략적으로 리모델링과 중소형 건설사 중심의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장 대표는 “브랜드 건설사들과는 경쟁도 치열하지만, 오히려 중소형 건설사들과는 빠르고 유연하게 협업이 가능하다”며 “저가 경쟁 대신 유지보수를 포함한 장기적 파트너십을 통해 신뢰를 쌓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이엘리베이터는 대규모 리모델링 단지나 신규 아파트 수주 시, 단지 내 유지보수 거점을 함께 설치하는 방식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가격 경쟁뿐 아니라 ‘사후 대응력’이라는 브랜드 신뢰를 함께 판다는 설명이다.
국내 최대 리모델링 단지 수주…‘부산 엘지메트로시티’는 상징적인 승부처
지난달 자이엘리베이터가 최종 낙찰을 받아 화제를 모은 부산 엘지메트로시티 승강기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그 사례다. 총 155대를 교체하는 단일 최대 규모 현장으로, 자이엘리베이터는 이번 수주를 통해 리모델링 여대 최대 수주를 기록했다..
장 대표는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가격 경쟁으로 된 것이 아니라, 여러 전략이 맞물려 이룬 성과였다”고 설명했다. 수개월 전부터 현지 동대표들과 긴밀하게 접촉하며 신뢰를 쌓았고, 온라인상에서 제기된 부정적 이슈와 흑색선전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장 대표가 직접 단지에 방문해 제안 설명회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는 설치·보수본부장 등 주요 실무진과 함께 피칭에 나섰고, 회사 차원에서는 해당 단지 내에 유지보수 사무소를 설치해 안정적인 사후관리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8,000세대가 넘는 초대형 단지였다. 단지 내부에 상주 사무소를 설치해 문제 발생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약속드렸고, 그런 점이 신뢰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해외 시장 확장도 본격화…“베트남 공장 직접 운영, 시너지 강화”
GS엘리베이터는 2020년 설립 당시 실적도, 제품도 없는 상태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사업을 시작했다.
장 대표는 “초기에는 중소 승강기업체인 대성IDS와 협력해 실적을 쌓으며 기초를 다졌고, 자체 제어반 개발에는 시간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이후 베트남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제어반으로 2022년 인증을 받았고, 필드 테스트를 거쳐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자체 개발 제어반을 적용한 모델으로 수주에 나섰다. 제품군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현재 자이엘리베이터는 표준형 60~180m/min 모델을 갖추고 있으며, 시장의 90% 이상을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의 속도를 구현했다. 국내 인증을 받은 에스컬레이터 제품도 확보했으며, 올해 포항 현장에 설치를 앞두고 있다.
해외 시장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 대표는 “중국 업체들도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고, 한국 기업들도 쉽지 않은 시장 환경”이라며 “하지만 오티스 출신 해외영업 전문가들이 팀에 합류하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베트남 현지 공장이 그동안 GS건설 자회사인 VGSI 소속이었지만, 올해 6~9월 중 자이엘리베이터 법인으로 정식 편입된다. 장 대표는“생산부터 품질관리까지 우리가 직접 주도하게 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확실히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지보전 기능, 내년 도입 앞두고 투자 중…스마트 유지관리 시스템 고도화에 그간의 노하우 녹여낼 것”
제조 설치 뿐만 아니라 유지관리 분야에 대한 투자도 이어간다. 자이엘리베이터는 현재 AI 기반의 예지보전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장 대표가 과거 오티스 재직 시절부터 맡아온 서비스 디지털화 분야에서의 경험을 고스란히 녹여낼 계획이다.
장 대표는 “내년부터는 유지보수 담당자가 단말기를 통해 실시간 데이터를 받고, 고장 가능성을 예측해 사전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며 “단순히 고장 나면 고치는 구조가 아니라, 고장을 미리 막아 다운타임을 줄이는 방향으로 유지관리 시스템을 전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장 대표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단순한 후발주자가 아니라, 프리미엄과 기술, 서비스의 밸런스를 맞춘 새로운 대안”이라며 “지금의 리모델링 시장, 글로벌 확장 흐름 속에서 자이엘리베이터가 확실한 존재감을 남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