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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선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물량 급감 승강기 시장...공공발주 시장은 중소업체 최후의 버팀목   
“인증제도·LH 저가 발주 문제 개선 등 구조적 과제 산적…중기 보호 장치 구축에 힘쓸 것”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승강기 설치 물량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신규 수주가 위축된 데다 비용과 규제 부담까지 겹치며 업계 전반에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중소제조업체들은 공공 발주와 중기형 경쟁입찰 제도에 기대어 버티는 구조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으며, 인증제도 변화, 차연도어 고시, LH 저가 발주 같은 굵직한 현안이 한꺼번에 직면한 상황이다. 시장·제도·정책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지금, 중소 승강기 기업들이 어떤 방향을 바라보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손영선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이하 조합)이사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위축된 업황 속 공공 발주가 지탱한 중기 시장
최근 2~3년간 승강기 산업은 건설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신규 설치 물량이 약 40%가량 감소했다. 현대·오티스·티케이엘리베이터 등 메이저 기업의 설치 대수는 크게 줄었고, 이와 연동되는 부품 공급망 전반도 영향을 받았다. 
손영선 이사장은 “메이저에 납품 비중이 큰 부품사일수록 타격이 심하다”며 “물량 감소와 함께 원가절감 압력이 동시에 작동해 협력사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기업은 급격한 시장 후퇴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방어가 가능했다. 공공 발주 물량이 일정 수준 유지됐기 때문이다.  그는 “중소기업은 2022~2023년보다 오히려 안정된 분위기”라며 “직접 생산과 기술 투자를 조건으로 한 중기형 경쟁입찰 제도가 중요한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공 발주는 내년에도 금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공공부문 교체 수요는 ‘경기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필수 수요’다. 
손 이사장은 “공공기관 발주 기준으로 보면 교체:신규 비중이 약 6:4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민간 시장의 부진과 달리 공공 교체는 꾸준히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기형 경쟁입찰 근간 흔드는 대기업의 ‘풀세트 제안’, 조합이 즉각 제동 걸어
올해 상반기 대기업 엘리베이터 제조사가 일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완제품(풀세트) 공급을 제안한 일이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손 이사장은 “대기업이 모델인증을 대신 받아주고 설계·비용을 지원하겠다며 완제품 납품을 제안한 일은 중기형 경쟁입찰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엄단했다.
중기형 경쟁입찰의 취지는 ‘중소기업의 직접 생산·고용·기술투자를 기반으로 공공시장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완제품을 사서 설치만 하는 방식이 확산되면 중소 제조 기반이 약화되고, 결국 품목 재지정 심사에서 ‘중소기업 보호 필요성’을 인정받기 어려워진다.
조합은 해당 움직임을 확인한 즉시 해당 대기업 측에 강력히 항의했고, 회원사들에게도 “적발 시 고발 및 직접생산확인 취소까지 요청하겠다”는 공문을 보내는 등 초 강세 대응을 이어갔다. 그 결과 풀세트 영업은 소리소문 없이 쑥 들어갔다. 
손 이사장은“당장의 편의를 위해 제도의 취지를 스스로 무너뜨려선 안 된다”며 “2년 후 있을 재지정 심사에서도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독과점 구조로 굳어가는 인증제도…차연도어 고시도 재점검 필요
승강기업계는 모델인증·부품인증 강화 이후 일부 품목이 사실상 ‘반독과점’ 구조가 됐다. 인증 비용과 시간이 과도하게 증가하면서 인증을 감당할 수 있는 업체만 시장에 남았고, 선택지는 3~4개에서 1~2개로 급격히 줄었다. 
손 이사장은 “안전에 영향이 크지 않은 와이어로프·체인·매다는장치 등은 시중품 성격이 강한데, 이런 품목까지 인증 의무화가 유지되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TF와 용역기관, 승강기안전공단은 이미 “해당 품목은 인증 완화해도 무방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인증 업체의 반발과 새 정부의 안전 규제 기조로 인해 논의가 지연되는 상황이다.  이에 손 이사장은 “제도 신뢰성 차원에서도 TF 결론을 존중하는 게 맞다”며 “현장 부담을 줄이면서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합리적 인증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월 발표된 국토부의 방화·차연도어 고시 문제도 업계에 큰 혼란을 야기했던 이슈다. 예고기간은 끝났지만, 적용 시점과 실증 여부를 두고 국토부와 업계 간 조율이 이어지고 있다. 이 사안의 경우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 역시 국토부가 제시한 기준을 따르기 어렵다. 
손 이사장은 “차연도어는 EN 규격에도 없는 세계 유일 국내에만 존재하는  규제인 만큼, 충분한 연구·실증이 필요하다”며 “국토부가 연구용역에 직접 참여해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에 따르면 현재 조합·학회·협회는 국토부가 연구용역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의 ‘선 연구,  후 고시’를 제안한 상황이다. 국토부 역시 완강했던 초기 태도에서 한발 물러나, 일정 부분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 
손 이사장은 “전 세계 어느 나라 규격에도 없는 성능을   요구하기 전에 이 기술이 실현 가능한지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연구 결과가 부정적이면 고시 자체를 재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중대재해 대응 컨설팅 확대…결국 “직원 인식까지 변화 있어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제조·설치 기업들은 안전관리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조합은 외부 컨설팅 방식의 ‘공동 안전관리자’ 제도를 운영 중이며, 상당수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다. 그는 “안전 담당 인력을 새로 두기 어려운 중소기업 현실을 고려해 지원하고 있다”며 “방문·점검·서류 지도 등 실질적인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참여율은 아직 높지 않다. 손 이사장은 “중대재해는 대표뿐 아니라 직원 인식 변화가 핵심”이라며 “현장 안전수칙을 ‘추가 업무’로 여기지 않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H 저가 발주 문제 해결 위해  조합의 역할
손 이사장은 LH 저가 발주 문제도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중소기업의 최대 고객 중 하나인 LH의 저가 발주는 업계가 수년째 반복적으로 지적해온 구조적 문제다. 최근 5~6년 동안 노무비는 지속해서 인상됐지만, 제조부품 단가는 단 한 차례도 현실화되지 않았다. 부품 원가가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서 LH 발주 기준만 제자리에 멈춰있어 중소기업들은 사실상 ‘적자 수주’를 감내하고 있는 상황. 
여기에 현장의 불합리도 여전하다. 감독자마다 무상 유지보수 기간을 다르게 요구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동일한 공사임에도 업체 간 부담이 크게 달라지고, 책임 범위가 감독자의 해석에 따라 넓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업체들이 잘못된 관행을 알면서도 발주처와의 관계를 걱정해 문제 제기를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조합은 이러한 문제들이 중소 승강기 생태계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LH와 원가 재산정, 시방서 개선, 무상 유지보수 기준의 명확화 등을 주제로 간담회를 추진, 연내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손 이사장은 “중기형 경쟁입찰 물량의 30% 정도가 LH 물량이다. 이 부분이 현실화되지 않으면 중소 제조 기반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LH도 문제를 인지하고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라 개선의 여지가 있다. 이 사안은 우리 조합이 끝까지 챙기고 밀어붙일 것”이라고 밝혔다.

“회원사 보호하는 방파제 될 것. 서로 힘 모아야”
손 이사장은 조합의 역할을 “회원사들의 방파제”라고 표현하며, 회원사의 제보와 참여가 있어야 제도 개선도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업체가 개별적으로 버티기만 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불공정하거나 불합리한 일이 있으면 어떤 작은 사안이라도 조합에 알려달라. 그래야 우리가 움직일 수 있고, 그래야 제도도 바뀐다.”
그는 회원사들에게 현실적인 당부도 전했다.
“판로지원법이라는 울타리가 있다고 해서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 스스로 품질·안전·기술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발주처에도 신뢰를 얻고, 중기형 경쟁입찰 제도 역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손 이사장은 “조합이 회원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제도 개선의 주체는 결국 현장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 자신”이라며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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