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승강기·주차기 등 노후시설 방치 지적 “안전 사각지대 커진다”
2025년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의 일상과 직결된 승강기와 기계식주차장 안전관리 실태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점검 인력 축소, 예산 삭감, 관리 공백이 반복되며 사고 위험이 구조적으로 상존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다만,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서는 국가자산관리공단 화재 관련 현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지면서 승강기 관련 사안들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노후 공공임대 승강기 노후화로 고장 빈번”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관리하는 노후 공공임대주택의 시설 안전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더불어민주당 안태준 의원은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30년 이상 된 노후 공공임대주택(건설형)이 2020년 1만1,906호에서 2025년 7월 기준 13만7,891호로 11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지는 대부분 1990년대 초반에 지어져, 배수관·보일러 등 설비 노후화뿐 아니라 잦은 승강기 고장과 낡은 계단 구조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
고령층과 취약계층이 다수를 차지하는 공공임대 특성상, 승강기 장애로 인한 불편은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이동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노후 공공임대주택 관리·정비 예산은 2022년 4,054억 원에서 2023년 1,513억 원으로 급감했고, 2025년 예산은 1,789억 원에 불과하다.
안 의원은 “노후 공공임대 정비 지원 단가 현실화와 신속한 인허가 추진 등 실질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며 “주거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효율이냐 안전이냐”… ‘1인 점검 허용’ 논란
행정안전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는 ‘승강기 안전운행 및 관리에 관한 운영규정’ 개정안이 도마에 올랐다. 해당 개정안은 점검자의 안전을 위해 2명 이상 점검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자체점검 항목 중 일부에 대해서는 1인 점검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두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은 “스스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셈”이라며 모순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수익성과 효율성을 이유로 점검 인력을 줄이려는 행안부의 태도는 안전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민 생명과 직결된 시설 관리에 ‘편의주의’가 개입되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주인수 현대엘리베이터 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번 개정 추진 과정에서 행안부 담당자들이 단 한 차례도 승강기 노동자들과 면담하지 않았고, 고용노동부와 협의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주 위원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한 탁상행정이 결국 또 다른 안전사고를 부를 수 있다”며,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참여와 협의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인 점검 허용’은 오히려 현장의 현실을 제도적으로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업계 내부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히 ‘안전 의식 부족’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지관리업체들의 인력난과 저단가 계약 구조로 인해 2인 점검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민간 유지관리업체의 평균 보수료는 정부가 제시한 표준유지관리비의 절반 수준에 그치며, 점검 외에도 안전검사 참관·고장 출동 등 다양한 업무를 동일 인력으로 수행하고 있다. 표준보수료 현실화와 최저가 경쟁구조 개선 등 안전 확보가 가능한 제도적·재정적 기반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기계식주차장 관리 실태 ‘심각’
기계식주차장 관리 부실도 올해 국정감사에서 주요 질의로 다뤄졌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전국 3만6,448기의 기계식주차장 중 43.9%(1만6,034기)가 6개월 이상 자체점검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행 주차장법상 관리자는 매월 1회 이상 자체점검을 시행하고 결과를 교통안전공단 정보망에 입력해야 하지만, 상당수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지역별로는 충남의 자체점검 미이행률이 80.5%(407기 중 328기)로 가장 높았고, 강원 47.0%, 서울 44.5%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20대 이상 주차 가능한 기계식주차장 1만4,247기 중 1,022기에 관리인이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계식주차장 사고는 대부분 점검 부실, 유지보수 미이행, 노후 설비 방치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관리주체가 건물주·지자체·공단으로 분산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사고 후 제재도 대부분 ‘권고 수준’에 그친다.
송 의원은 “최근 5년간 기계식주차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47건, 사망 13명·부상 7명에 달한다”며 “이용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 자체점검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후 주차기 15% 정밀검사 미이행…강제수단 없어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노후 기계식주차장 2만3,163곳 중 3,451곳(14.9%)이 정밀안전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중대사고가 발생한 64곳 중 7곳(10.9%)은 사고 이후에도 검사를 받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주차장법은 설치 10년이 지난 기계식주차장에 대해 4년마다 정기검사를 의무화하고, 사고 발생 시 즉시 검사를 시행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교통안전공단은 검사 미이행에 대한 강제 권한이 없다. 미수검 현장을 매월 지자체에 통보하고, 분기별 안내문을 발송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
이 같은 관리 공백의 원인은 ‘관리체계의 이원화’로 지목된다. 건물주 또는 위탁업체가 일상 유지보수를 맡고, 지자체는 행정지도·과태료 부과, 교통안전공단은 안전검사를 담당하는 구조다. 역할이 나뉘어 있는 탓에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관리 공백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권 의원은 “법에서 정한 의무를 어기고도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교통안전공단과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미수검률을 최소화하고 강제적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강기와 기계식주차장은 단순한 도시 편의시설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기반시설이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세밀한 행정과 예산 뒷받침 없이는, 안전의 사각지대는 더 넓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