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서비스, 거창에 E/S 완제품 만드는 자회사 출범
“공공물량 및 노후승강기 시장 중심으로 사업 확대할 것”
중국산에 자취 감춘 에스컬레이터 시장에 국내 제작 완제품 에스컬레이터가 도전장을 낸다.
현대엘리베이터서비스(대표 김태일)가 승강기밸리가 위치한 경남 거창에 에스컬레이터 완제품 생산기지가 될 자회사 ‘K-에스컬레이터’출범식을 열고 본격 운영에 나선다. K-에스컬레이터는 현대엘리베이터서비스와 중소 승강기 관련 업체들이 의기투합해 합작투자법인이다. 지난 9월 25일 열린 출범식에는 신성범 국회의원과 구인모 거창군수, 김용균 행정안전부 안전예방정책실장, 조재천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김태일 현대엘리베이터서비스 대표, 이준섭 K-에스컬레이터 대표 등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그간 저가의 외국산 제품이 점령한 국내 에스컬레이터 시장에서 잇따른 안전사고 발생과 부품 수급 지연으로 인한 사후관리 제약 등 안전성과 신뢰성이 위태롭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K-에스컬레이터는 현대엘리베이터서비스와 중소 승강기 관련 업체들이 의기투합해 합작투자법인으로 출범했다. K-에스컬레이터는 부품개발 등을 통해 국산화 비율을 높이고 국내 에스컬레이터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포부다. 품질과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저가의 외국산 제품에 의존하는 중소업체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K-에스컬레이터는 우선 국내 공공 입찰 물량과 노후 에스컬레이터 교체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제품 양산에 돌입, 5년 내 한국형 혁신모델 개발 등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비전도 세웠다. 이미 시제품 생산을 완료하고 연내 인증을 목표하고 있다.
이를 위해 K-에스컬레이터는 ▲국내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혁신제품 개발 및 생산 ▲국내 에스컬레이터 생산을 통한 기반시설 재복원 및 부품 공급망 구축 ▲해외 에스컬레이터 공공부문 및 노후화된 에스컬레이터 교체 시장(MOD) 진출 ▲MOD 시장 선점을 위한 맞춤식 에스컬레이터 개발 ▲지역 상생 통한 경제활성화 촉진 등을 내실있게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조재천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는 축사를 통해 “K-에스컬레이터가 대한민국 에스컬레이터 생태계를 복원하고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많은 격려를 바란다”며 애정 어린 응원을 보냈다. 이에 이준섭 K-에스컬레이터 대표는 “국산 에스컬레이터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생산기지이자 글로벌시장을 선도하는 K-에스컬레이터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구인모 거창군수는 “K-에스컬레이터의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승강기 산업의 본고장인 거창군에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에스컬레이터 생산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K-에스컬레이터와 거창군이 승강기 산업의 비전을 통해 마음을 모으고 비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거창군 승강기베스트밸리에 위치한 K-에스컬레이터는 지난 3월 법인을 설립해 거창군과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8월 공장설립을 완료했다. K-에스컬레이터는 연면적 약 7,933㎡(2,400평) 부지에서 최대 6개 라인을 가동해 공공시설과 리모델링용 에스컬레이터 2종류를 우선 생산, 공급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K-에스컬레이터 출범을 두고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똑같이 거창에 생산거점을 두고 국내에서 관급시장을 목표로 했던 서울경기북부엘리베이터사업협동조합(이하 서울북부조합)의 중소기업 공동 모델 ‘K&G엘리베이터’와 경쟁하게 됐기 때문이다.
K-에스컬레이터가 중소기업과 합작형태로 만들어지긴 했으나 현대엘리베이터서비스 자회사로 시작해 자본과 영업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들로만 구성된 서울북부조합의 에스컬레이터 제품 판매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모두 관급 공사와 노후 에스컬레이터 교체시장 등 겨냥하고 있는 타켓도 유사해 경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북부조합 관계자는 “엘리베이터 모델인증을 마치고 조합이 만든 국내 생산 에스컬레이터 모델인증을 진행하고 있던 차에 현대엘리베이터서비스가 에스컬레이터 시장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며 “관급 수요처의 계속된 요청으로 몇년 전부터 중국산을 대체할 모델로 조합 제품을 야심차게 개발해 왔는데, 경쟁업체가 대기업 관계사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금세 세팅을 마치고 인증도 빠르게 획득할 것으로 예상돼 당황스럽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본래 목표로 했던 국내 생산 1호 에스컬레이터 모델이라는 타이틀마저 위태로워진 상황. 이에 서울북부조합은 에스컬레이터 모델인증 획득에 속도를 내는 한편, 영업망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