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NEC, AI 주차기반 시스템 실증 시작
AI 기계식 주차장 입고 판단 자동화 시스템 개발
인력난 해소 숙련 의존 업무 표준화·안전성 향상 기대
AI 기술을 활용해 기계식 주차시설의 차량 입고 가능 여부를 자동으로 판단하는 시스템이 일본에서 본격적인 실증에 들어간다. 기계식 주차장은 도심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핵심 인프라지만, 차량 규격 판단과 안전 확보는 여전히 사람의 경험에 크게 의존해 왔다.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사고 위험과 인력난이 반복돼온 이유다.
일본의 대표적인 ICT·전기전자 기업 NEC(일본전기)가 추진하는 이번 ‘AI 기반 기계식주차장 입고 확인 시스템’ 실증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기술로 풀어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AI가 오퍼레이터의 전문성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판단의 표준화와 안전성 향상을 통해 현장의 부담을 덜고 인력난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숙련공 의존 구조가 만든 현장 부담이 AI 도입 배경
NEC는 2026년 1월부터 요코하마시의 한 오피스 빌딩 내 기계식 주차장에서 실증 실험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숙련 오퍼레이터의 경험에 크게 의존해온 기존 업무 방식을 개선하고, 주차 산업 전반의 만성적인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다.
기계식 주차장은 일본 대도시에서 보편적으로 운영되는 방식이지만, 차량을 기계 내부로 이송하는 특성상 안전 관리의 상당 부분을 사람이 담당한다. 특히 입고 가능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업무는 사고와 직결되는 핵심 절차다. 차량의 차종을 눈으로 파악하고, 매뉴얼에 없는 부착물 여부까지 확인한 뒤, 주차장 장비가 감당할 수 있는 규격과 비교해 “입고 가능” 또는 “불가”를 결정해야 한다.
제조사·차종·연식별로 규격이 다르고, 동일 차종이라도 루프박스나 캐리어 설치 여부에 따라 높이가 달라지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한 직원은 오판 위험을 안고 일할 수밖에 없다.
NEC가 문제의식을 갖게 된 배경에는 현장의 스트레스와 이직률 증가가 있다. 차량 손상으로 이어지는 판단 오류는 오퍼레이터에게 큰 심리적 부담을 준다. 숙련자가 아닌 경우 책임 부담을 견디기 어려워 직무를 떠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신규 인력을 채용하더라도 업무 숙련까지 약 6개월 이상이 소요돼 교육비용도 만만치 않다. 결국 전문 인력이 반복적으로 이탈하고 신규 채용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셈이다.
AI가 입고 판단… 기술·사업성 동시에 점검
NEC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풀기 위해 AI 기반의 차량 판별·규격 인식 기술을 투입했다. 이번 실증에서는 차량의 차종과 연식뿐 아니라 외형 규격, 루프 캐리어와 같은 부착물까지 자동으로 인식하고, 해당 차량이 해당 기계식 주차장에 입고 가능한지 여부를 시스템이 자동 판단하는 것이 목표다. 즉, 오퍼레이터가 해야 했던 고도의 판단 업무를 AI가 ‘표준화된 기준’으로 대신 처리해, 작업자의 부담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실증은 약 한 달 동안 진행된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AI가 차량 정보를 얼마나 정확하게 추출·분석하는지, 주차장 운영에 필요한 입·출고 관리 데이터가 얼마나 정밀하게 확보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검증한다. 사업적 측면에서는 운영 현실에 맞는 카메라 개수와 설치 위치, 실제 적용 시 비용 대비 효율이 어느 정도인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NEC는 “기계식 주차장마다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현장별 최적화가 가능한가를 중요한 관건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일본의 주차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한다. 일본의 주차장 산업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영향을 크게 받는 분야 중 하나다. 주차시설 운영업체들은 인력 채용이 어렵고, 일정 규모 이상의 기계식 주차장에서는 숙련 인력이 필수이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높다.
반면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무겁고, 야간·주말 근무가 잦아 젊은 층에게 매력적인 직업군으로 평가받지 못한다. AI 기반 표준화 시스템이 도입되면, 오퍼레이터가 부담스러운 ‘판단 업무’에 얽매이지 않고 사용자 안내·안전 감시 등 본연의 서비스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인력 수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26년 상용화 목표… 무인 주차장으로의 진화도 검토
업계는 또한 AI가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차 장비의 설계 개선이나 신차 규격 변화에 대한 위험 예측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기계식 주차장 사고의 상당수는 차량의 예상치 못한 높이나 부착물로 인해 발생한다. AI가 반복적으로 데이터를 축적·분석하면, 제조사별 차량 변화 트렌드와 위험 요인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어 운영 효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NEC는 “AI가 현장의 숙련 기술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놓치기 쉬운 부분을 보완해 안전성과 효율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사람과 시스템이 협업하는 형태의 운영 모델을 구축해, 이용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안정적인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실증을 계기로 주차시설 자동화 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중국을 중심으로 기계식 주차장 고도화와 무인화 흐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AI 기반 차량 인식·입고 판단 기술은 제조업체·운영사 모두가 주목하는 다음 단계가 되고 있다.
NEC의 실증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 정리될 예정이며, 상용화 솔루션은 2026년 안에 시장에 공개될 전망이다.